​음악과 아우라가라오케 노래에 대해 아는 게 많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좋아할 수 밖에 없계 설계된 그들의 기질을 좋아합니다. 그 기질은 유독 공허함을 잘 느끼는 종류라 애틋하다고도 생각합니다.어제는 라이브 음악이 나오는 펍에 앉아 있었습니다. 지인이자 사장인 사람이 몹시 외로워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담배 한 대 피울 적에, 그는 손님들을 가리켜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건 가끔 제게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보며 최근에 읽은 책을 한 권 떠올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에세이스트, 이슬아의 2022년 산문집 ;입니다.​그러니까 이것은 노래를 듣고 부르며 관찰한 타인과 나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기쁘거나 너무 슬픈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예습하고 복습해온 사람 중 하나로서 이 책을 통해 그 아우라가라오케 학습 과정을 탐구해보고자 한다.-이슬아 지음, ;​;가 뭔지 알고 이슬아를 아는 독자라면 '이슬아가 아무튼 시리즈를 한번은 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은근하게 들려주는 이 인기 기획물은 계속해서 작가를 찾고 있는데다, 현재 한국에서 작가!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몇 사람 중 이슬아가 분명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슬아가 어떤 아무튼 시리즈를 낼 거냐였을 겁니다. 아무튼 누드? 이건 좀 이상하고. 아무튼 비건? 이건 이미 있고. 아무튼 글? 그건 주제가 너무 크고...그런데 이슬아가 ;라는 책을 썼다고 하여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노래가 있었지. 작가이면서 노래 또한 꾸준히 불러온 이 종합예술가에겐 분명 음악세계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은 소감은 역시나 '키야'입니다. 그는 여전히 올곧고, 따뜻하고, 밑줄을 칠 수 밖에 없는 문장들로 독자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 말입니다.​푹 꺼진 소파에 앉아 그 아우라가라오케 노래를 듣다가 내가 왜 이 새벽을 견디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룡이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서였다. 말로는 안 할 이야기들을 노래방에서 실컷 불러주는 게 나로서는 그저 반가웠던 것이다. 노래방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격정과 진심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데 어떻게 노래방을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룡이처럼 과묵하고 쑥스러운 자의 진심을 대신 전해주는 세상의 명곡들에게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술도 마찬가지였다. 룡이는 술 없이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술자리를 먼저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취하지 않으면 노래하지도 않는 자. 언제나 술과 노래의 힘을 빌리는 자. 나는 그런 이를 사랑해서 졸음을 참으며 소주도 노래방도 어찌어찌 꾸역꾸역 견디는 자. 하지만 룡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퀸의 노래가 나를 조용히 타이르는 것 같았다. 새벽 세 시의 노래방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아우라가라오케 사랑을 언제까지 견디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본문 중​이슬아는 먼저 자신을 '비노래방적 인간'이라고 정의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노래방에 가면 노래 잘하는 친구들의 아우라 때문에 존재감이 묻히는 쪽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럼 노래방적 인간도 아닌 사람이 왜 노래에 관한 글을 쓰느냐? 이슬아에 따르면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노래를 하느라 바쁘게 때문이지요. 그래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는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에 작가들이 그걸 대신 쓰죠. 이슬아에게 글이란 한 네다섯 번 째로 탁월한 내가 첫 번째로 탁월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쓰는 것입니다. 즉 그는 노래 세계에서 일등이 아닌자, 하지만 그렇기에 노래란 세계를 좀 더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자인 것입니다.​비노래방적인 사람은 노래방에 심취하지 않으므로 모조리 느낀다. 그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본문 중이슬아는 아우라가라오케 이어서 노래방 문화의 역사를 잠깐 살펴봅니다. 일본에서 연주자로 살아가던 이노우에 다이스케는 1971년 어느 날, 자신의 일이 무척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반주를 녹음해서 틀기 시작했는데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동 반주 기계를 발명한 뒤 '가라오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속이 비었다는 뜻(즉, 가짜라는 뜻)의 '가라'와 '오케스트라'를 합성한 말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이 가라오케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지구 전역의 유행으로 번져 나갑니다. 1999년 ;지에서 이런 말을 했을 정도라고 하지요. 마오쩌둥과 간디가 아시아의 낮을 변화시켰다면 이노우에는 아시아의 밤을 바꿔놓았다라고 말입니다. ​갑자기 재미있는 역사를 훑은 책은 곧 '이슬아 월드'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거기에는 친구들과 새벽까지 노래방에서 노는 이슬아가 있고 어느 독자의 호의로 발성 코칭을 받는 이슬아가 있고 동생이자 뮤지션 '이찬희'가 쓰는 노래를 사랑하는 이슬아가 있습니다. 책의 주제에 걸맞게 모두 노래에 아우라가라오케 관한 이야기인데, 읽고 나면 그것은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됩니다. 마치 리트머스지의 색깔이 변하듯이 말이죠. 분명 노래 이야기로 적힌 것인데, '독자의 삶'이라는 용액과 만나, 그것은 결국 살아가는 일과 사랑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됩니다. ​(...)어쨌거나 너는 나랑 같이 할머니가 되겠지.내 말에 현희진은 그렇게 오래 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더니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덧붙였다.사실 나는 살아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우리는 점점 깊은 곳까지 갔다. 현희진이 와...하고 소리 냈다. 저 멀리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듯 보였다. 깊은 곳으로 나아가면서 나는 큰언니의 심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조금은 모부의 심정이 되었다.그의 진짜 모부는 이렇게 좋은 곳에 얘를 한 번도 안 데려왔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다들 하는 일들을 어떤 아이는 한번도 못 해본 채로 어른이 된다.(...)파도에 이리저리 출렁이면서도 현희진은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그런 현희진을 아우라가라오케 오래 바라보았다. 도대체 얘를 어떻게 때렸을까. 이렇게 몸이 작은데 어디를 때렸을까. 왜 때렸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눈물이 나서 바다에 얼굴을 푹 담갔다.(...)현희진은 여기에 쭉 머물고 싶은지 자신이 이대로 더 깊이 떠내려가도 붙잡지 말라고 했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은 안 돼. 힘차게 그의 튜브를 끌고 해변을 향해 헤엄쳤다. 친구가 표류하거나 익사해서 죽게 놔두기엔 나는 수영을 너무 잘했다. 현희진은 순순이 뭍으로 돌아왔다.(...)파라솔 아래에서는 일찌감치 수영을 마친 유진목이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유진목의 피부는 오래된 나무처럼 고동색이었다. (...) 그가 읽던 책이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언젠가 내가 읽은 유진목 시집은 기억난다. 시집의 첫 페이지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내가 살았으면 좋겠다.그것을 읽고 나는 그러게, 라고 중얼거렸었다. 정말로 유진목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음과 싸워본 사람만이 그런 문장을 아우라가라오케 쓸 것이다.(...)책을 읽던 유진목이 현희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서 너머로 현희진의 몸을 한참 보던 유진목이 이렇게 말했다. 그거 너 줄게. 유진목도 알아본 것이다. 현희진이 방금 행복했다는 걸. 밤색 수영복을 입고 있는 동안 그런 시간이 지나갔다는 걸. 처음으로 자신의 수영복이 생긴 현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아 있길 잘한 것 같아.-본문 중좋은 작가는 타인의 상처 앞에 태연하지 못하고, 진짜 좋은 작가는 그 상처까지 포근하게 끌어 안는데 성공합니다. 이슬아는 이 경쾌하고 짧은 에세이집 안에서도 상처들을 끌어안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책은 소소하고, 소중하고, 벅차게 읽힙니다. 저자는 또한 말합니다. 자신은 노래를 통해 사랑을 예습하고 복습했다고요.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말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좋은 작가들을 통해 상처를 복기해왔다고. 그 덕분에 살아가는 걸 좋아하는 쪽이 되었다고. 그 작가들 중 한 사람은 이슬아란 사람이라고 아우라가라오케 말입니다. ​#이슬아 #아무튼노래 #책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