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년기노년기하면 떠오르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미지. 베이비 붐 세대(1955~1963)가 이제 노년기를 맞이한다.ⓒ ChatGPT나는 1962년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났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겨우 숨을 돌리기 시작한 무렵, 가난은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대부분이 결핍된 삶을 살았기에, 가난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밥 한 끼 해결하는 것, 학교에 다니는 것, 보릿고개를 넘기는 것 자체가 삶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라 불린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0년대, 교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 반에 70명 가까이 되는 것도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아직 유효했던 시대였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믿었고, 남보다 앞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이 일상이었다.하지만 공부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거나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길도 열려 있었다. 열심히만 살면 길이 열리던 시대, 그래서 1970년대는 어쩌면 꿈으로 풍성한 낭만적인 시대였는지도 모른다.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시작된 1980년대는 완전히 다른 시대였다.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5·18 이후, 사회는 깊은 침묵 속에 빠졌다.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0년 5월 28일, 나는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철저한 언론통제 덕분에 광주의 진실은 가려졌고, 그저 '폭도 진압'이라는 왜곡된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야 했다.대학에 입학한 후, 광주의 참상을 알게 되었을 때 받은 충격은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 우리는 거리로 나가 죽음의 그림자를 몰아냈다. 그러나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역사는 여전히 어둠과 불안의 언저리를 맴돌았다.1997년 말, 'IMF 사태'는 베이비붐 세대가 신앙처럼 믿어온 가치들을 무너뜨렸다. 국가적 굴욕과 서민층 몰락의 시대, 막 사회에 자리 잡기 시작한 우리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그래도 버티고 또 버티며 2000년대를 맞았다.1997년그래도 나는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년기노년기하면 떠오르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미지. 베이비 붐 세대(1955~1963)가 이제 노년기를 맞이한다.ⓒ ChatGPT나는 1962년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났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겨우 숨을 돌리기 시작한 무렵, 가난은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대부분이 결핍된 삶을 살았기에, 가난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밥 한 끼 해결하는 것, 학교에 다니는 것, 보릿고개를 넘기는 것 자체가 삶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라 불린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0년대, 교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 반에 70명 가까이 되는 것도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아직 유효했던 시대였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믿었고, 남보다 앞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이 일상이었다.하지만 공부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거나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길도 열려 있었다. 열심히만 살면 길이 열리던 시대, 그래서 1970년대는 어쩌면 꿈으로 풍성한 낭만적인 시대였는지도 모른다.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시작된 1980년대는 완전히 다른 시대였다.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5·18 이후, 사회는 깊은 침묵 속에 빠졌다.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0년 5월 28일, 나는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철저한 언론통제 덕분에 광주의 진실은 가려졌고, 그저 '폭도 진압'이라는 왜곡된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야 했다.대학에 입학한 후, 광주의 참상을 알게 되었을 때 받은 충격은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 우리는 거리로 나가 죽음의 그림자를 몰아냈다. 그러나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역사는 여전히 어둠과 불안의 언저리를 맴돌았다.1997년 말, 'IMF 사태'는 베이비붐 세대가 신앙처럼 믿어온 가치들을 무너뜨렸다.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