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피한 용이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연일 방문객이 붐비는 등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난 이달 4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문을 연 '오티에르 포레' 견본주택은 대출 규제를 피한 단지를 선점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견본주택 내부에 들어서자 방문객들은 '6·27 대출 규제 미적용 단지'라는 안내 문구에 앞에 발길을 멈췄다. 이 단지는 규제 발표 하루 전인 6월 26일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내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 6억 원 제한을 피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선 실수요자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현금 여력이 부족하면 청약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40대 남성 강 모 씨는 "현금 10억 원을 보유한 서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대출 없이 내 집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유자금으로 성수동 청약을 준비 중인 70대 김 모 씨도 "젊은층에게 내 집을 마련하려면 '청약'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대출 규제로 거주권에 상당한 제약이 생겨 안타깝다"고 전했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실제로 '국민평형'(국평)으로 불리는 전용 84㎡를 분양 받으려면 약 9억 8000만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의 올해 평균 분양가는 3.3㎡당 4568만 원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15억 7800만 원 수준이다. 정부가 허용한 주담대 한도 6억 원을 대출받아도, 나머지 9억 7800만 원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서울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강남권 시장에서 대출을 최대로 받아 청약에 나서려던 수요자가 3분의 2가량 빠질 수 있다"며 "묻지마 청약은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청약 단계의 자금 조달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보통 아파트 분양금 납부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순으로 이뤄진다. 이 중 중도금 대출은 주담대가 아닌 집단대출 형태로, 시행사와 금융기관이 사업장별 계약을 통해 제공한다.

하지만 입주 시 잔금 납부 시점에 개인이 받는 주담대는 이번 대출 제한의 직접 대상이다. 즉, 중도금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잔금 대출 한도를 사전에 감안해야 하는 구조다.

6억 원 한도 대출 규제는 7월 분양 예정인 '잠실 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잠실 르엘은 아직 공고가 나오지 않았다. 이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2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출을 받아도 최소 14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병행하는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며 "서울 청약 경쟁률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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