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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nnifer 작성일24-08-03 20:22 조회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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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티핑 워터스, 『티핑 더 벨벳』 표지, 2020​티핑 더 벨벳세라 워터스 (최용준 옮김) 나는 세숫물을 담은 작은 주석 그릇과 주방용 녹색 비누 조각을 찾아냈다. 수건이 없었고 접시 닦는 헝겊을 쓰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러운 페티코트를 다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충분히 마를 때까지 레인지 앞에서 몸을 흔들었다. 나는 잠깐 숨을 쉬며 다이애나의 멋진 욕실을 떠올렸다. 몇 시간이고 이것저것 찍어 발라 보던 로션들이 들어 있던 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다시 몸이 깨끗해지니 날아갈 것만 같았고, 머리를 티핑 빗고 상처를 치료하고(멍이 든 곳에 식초와 밀가루를 차례로 조금씩 발라 문질렀다) 치마에서 오물을 털어 내고 다림질을 해서 다시 입으니 몸이 좋아진 듯하고 따뜻했으며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나는 다시 거실로 돌아가(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다) 잠깐 서 있다가 다시 부엌으로 갔다. 아주 호감이 가는 집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미 알아차리기 시작했듯이, 아주 깨끗한 곳은 아니었다. 융단은 정말이지 먼지를 털어 낼 필요가 있었다. 선반과 그림들, 벽난로 장식 모두 먼지와 검댕투성이였다. 만약 이곳이 집이었다면 아주 말쑥하게 관리했을 거라는 생각이 티핑 들었다. 그때 꽤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거실로 달려가 시계를 보았다. 플로렌스가 떠나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으며 랠프나 플로렌스 둘 다 5시 전에 돌아갈 확률은 아주 적었다. 즉 내게는 온전히 여덟 시간이 있었다. 물론 아직 밝을 때 호스텔이나 여인숙에서 잘 방을 구할 작정이라면 그보다는 좀 적게 남았을 터였다. 여덟 시간 동안 이곳을 얼마나 깨끗하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집에서 어머니를 도와 청소를 한 사람은 주로 앨리스였다. 나는 살아오며 청소를 해 본 적이 거의 티핑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인들이 청소며 빨래를 대신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이 집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만족스럽게 머무른 이 집을 깔끔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우러났다. 랠프와 플로렌스에게 난쟁이나 도둑들이 일하러 간 사이에 난쟁이들의 오두막이나 도둑들의 동굴을 청소하는 여자아이처럼 해보는 것이다. 그날 나는 그전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떠올려 보면 사실 나는 녹슨 내 영혼을 닦은 게 아니었나 싶다. 나는 레인지에 더 활활 불을 피우고 물도 더 데웠다. 이윽고 티핑 나는 집에 있는 물을 다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커다란 양동이 두 개를 들고 절룩거리며 퀼터 스트리트로 가서 저수탑을 찾았다. 마침내 저수탑을 찾았으나 여자들이 줄을 서 있어서 내 차례가 될 때까지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꼭지에서는 물이 똑똑 듣는 정도였으며 가끔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물방울이 탁탁 튀며 나오다 말다 하거나 아예 끊어지기도 했다. 여자들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으며 내 눈 주변 그리고 특히 머리를 유심히 보았다. 젖은 내 모자 대신 랠프의 챙 없는 모자를 썼기 티핑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 아래로 짧게 친 머리가 드러났다. 내가 어느 집에서 나왔는지를 본 한두 명은 나더러 배너 씨네 집에 사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잠시 들른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질문을 한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는 잠시 들르는 사람들이 아주 흔하다는 듯 그 정도 대답으로 만족한 것 같았다.467-469쪽 세라 워터스 (최용준 옮김), 『티핑 더 벨벳』, 열린책들, 2020 ※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데뷔작 『티핑 더 벨벳』(1998)에는 여성 동성애자의 세계가 정밀하게 펼쳐진다. 책의 이름마저 그 세계에서 통용되는 은어인 것. 작가는 티핑 첫 작품 이래 한 우물만 파는 듯하다. 그리고 역사소설이라는 점도. ※ 『티핑 더 벨벳』의 배경은 1889년-1895년의 런던. 18세 시골 처자가 24세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한다. 어촌 식당의 둘째 딸에서 런던 밤무대 인기가수, 알거지, 창부(정확히는 남창), 여성운동가의 동료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역정이 파란만장하다. 위에 제시된 장면은 음탕한 레이디의 파트너에서 갑작스레 퇴출된 ‘나’가 1년 전 슬쩍 스친 인연에 불과한 플로렌스를 찾아가 하룻밤 신세를 진 후의 모습이다. 런던 하층민 동네의 작은 집. 여성운동가 플로렌스가 출근한 후에도 ‘나’는 빈집을 떠나지 못한다. 티핑 돈도, 오갈 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의를 베푼 플로렌스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겠는데, 그게 무얼까. 청소! 주인 플로렌스가 바빠 엄두를 못 내는 게 청소 아닌가. 그러니까 청소는 삶의 맨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진 ‘나’가 육체에 남은 모든 기력을 쏟아내는 과업이다. 죽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는 방식이다. 영혼에 낀 녹을 꼼꼼하게 닦아내는 과정이다. ※ 『티핑 더 벨벳』의 놀라운 점은 여성 동성애의 세계가 농도 짙게 묘사된 것. 경계를 넘어서는 처자의 생명력이 참으로 끈질긴 것. 사람들의 얄궂은 시선을 용감하게 받아내는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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